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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 막 번 역 : 김 사 윤, Deluxe

Captioned by 200 Digital

나에겐
몸짓이 전부다

의존할 만한 단어도 없다
길고 납작한 혀로

복잡한 다음절 소리를 내기엔
아주 비효율적이다

그래서 난
지금 여기에서

데니가 돌아오길
기다리며

내 소변 위에
누워 있다

엔조!

엔조?

데니의 목소리에서
걱정이 느껴진다

왜 그래, 친구?

엔조

냄새로
그의 하루가 느껴진다

엔진오일과 휘발유
그리고 닭구이

일어날 수 있겠어?

내가 여기 있잖아, 친구

그래

말할 수만 있다면

걱정 말라고 할 텐데

몽골에 관한
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다

몽골에서는
개가 운명을 다하면

사람으로
환생한다고 믿는다

내가 옆에 있을게

착하지

환생하면
추억은 사라지겠지만

나에겐
계획이 있다

내 기억을
영혼에 각인해서

주머니에
깊숙이 넣어두면

눈을 뜨고
새로운 손을 내려봤을 때

전생을 깨달을 것이다

착하지, 우리 엔조

준비는 끝났다

잊지 않을 것이다

그는 강아지 무리에서
날 선택했다

정신없이 꼬리 흔들며
돌아다니는 와중에

데니는 야키마 경주로에서
돌아가는 길에 농장에 들렀다

내가 다른 개들과 다른 걸
그때도 알았다

내 영혼은 뭐랄까
사람 같았다

이 녀석요
이 친구로 할게요

- 제일 좋은 놈이죠
- 단골 멘트다

잠깐만요
그 녀석은 키울까 했는데

역시 단골 멘트다

얼마예요?

난 처음으로
내 앞날을 언뜻 보았다

♬ Give me love, give me love ♬

♬ “ Give me peace on Earth ♬

♬ Give me life, give me life ♬

♬ “ Give me hope, help me cope
with this heavy load ♬

♬ Trying to
touch and reach you ♬

♬ With heart and soul ♬

♬ Please ♬

♬ Take hold of my hand ♬

♬ That I might understand you ♬

"레이싱 인 더 레인"

♬ Won't you please
oh won't you ♬

♬ Help me cope
with this heavy load ♬

♬ Trying to
touch and reach you ♬

♬ With heart and soul ♬

토니! 데니 왔다

기다려봐

- 개를 데려오다니
- 그러게 말이야

표지판이 보이길래
홀리듯이 들어갔어

안 그래, 엔조?

엔조? 페라리 설립자?
이름 좋네

집에도 못 가는데
어떻게 개를 키워?

자꾸 초 칠래?
내 친구가 훼방을 놓네

데리고 다니면 되지
행운의 부적이야

오늘 밤 공연에 올 거지?
다이브에서 오프닝 공연이야

얜 못 올걸
강아지 돌봐야지

벌써 행운을 주네

아침에 연락 왔는데
드라이버가 더 필요하대요

그럼요
입구에 표 놔둘게요

네, 두 장요

근데 누구라고요?

맞아요

새집은
마음에 들었다

잔디가 부족했지만
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

엔조, 안 돼!
돈, 다시 걸게요

자, 이제 됐다

어서 싸

데니는 내 배변 습관에
지나치게 관심을 보였다

어서 싸라니까

이럴 줄 알았어

좋아

이제 잘 시간이야
내일 경주가 있거든

착하게 굴어야지

어서 자

그래

알았어

그래

그래

그게 텔레비전이란 걸
나중에 알았다

덕분에 인간의 행동을
잘 알게 됐다

하지만 그날 밤엔
신세계를 엿보는 것 같았다

좋아?

좋냐고?

아니, 사랑했다

가속페달에 오른발

회전은 천천히

날 경주에 데려갔을 땐
날아갈 것 같았다

데니!

- 어머나!
- 강아지야

데니의 아파트가
집이라면

이곳은
내 세상이었다

상상했던 것보다
훨씬 짜릿했다

- 어때, 엔조?
- 지상낙원이었다

저 선수
이름이 뭐라고요?

데니 스위프트요
96번 차예요

돈이 필요할 때면
내 학생들을 가르쳐주죠

다듬지 않은 원석이에요

트랙의 열기와 숨 막히는 속도
정비공의 정확도까지

전부 감탄했다

F3에서 1년 됐어요
집의 아우디 프로그램에서 뽑혔죠

이름을 날리려는 찰나에
집이 파산해서 기회를 잃었어요

이상 무!

당신 팀을 만들고 싶다면
저 친구가 딱이에요

한 바퀴나 뒤처졌네요

누가 잘 밟느냐보단
감각이 중요하죠

데니가 제일 먼저
레인 타이어로 바꿨어요

이쪽으로 오세요

잘 봐요

데니처럼 빗속을 질주하는 선수는
지금껏 본 적이 없어요

'세나만이 비를 피한다'는
말이 떠오를 정도로요

데니가 우승했을 때
난 진정한 위대함을 목격했다

첫 번째 경주였지?

어땠어?
마음에 들었어?

데니, 시간 있어?

숀 라이트 씨야

안녕하세요
데니 스위프트예요

첨단 기술 회사를
고가에 매각해서

레이싱 GT 차량에
투자하기로 했다네

네, 들어본 것 같네요

오늘 활약이 대단하던데요

라이트 씨를 위해
달릴 수 있겠나?

한번 써보시죠

첫해는
순식간에 지나갔다

어디 보자

완벽한 유년기는 없다지만
난 나름 만족하며 보냈다

데니는 라이트의 선수로 뛰면서
날 항상 데리고 다녔다

네 발 달린 정비공처럼

엔조, 좋아?

정말 끝내줬다

출발! 이상 무!

운명인지 운인지 몰라도
난 그의 개가 될 팔자였다

데니는 늘 말했다

훌륭한 드라이버는
현재에 집중한다

과거에 얽매이거나
미래에 전념하지 않는다

달려!

생각은 나중 문제다

그래서 드라이버는 차내 카메라로
모든 움직임을 기록한다

더 일찍 꺾어야 해
그래야 코너에서 더 잘 달리지

난 데니로부터
균형감, 예측력, 인내심을 배웠다

차는
시선을 따라가지

언젠가 나도 달릴 수 있는
그날을 꿈꿨다

'오늘 우승을 축하합니다
힘든 레이스였는데요'

'전 모험을 즐기죠'

네 덕분에 우승했는데
한마디도 언급 안 하네

저 사람한텐 과분하지
네 후원자를 찾아

그래야 할지도

- '제 선수들은 절 섬기고...'
- 됐으니까 야구나 틀어

데니가 자주 말하는
격언이 있다

'첫 코너에서
우승이 결정되진 않는다'

'하지만 많은 이들이
거기서 실수한다'

우리 둘뿐이야, 엔조
항상 너랑 나지

그러곤 가속하죠

우리에게 레이싱보다
중요한 건 없었다

난 데니가 머지않아

유럽 F1에서
우승할 거라고 생각했다

이리 와!

전 세계가 나처럼
그의 진면목을 알아볼 것이다

전 세계 팬들에게
사랑을 받으며

전설적인 승리와

최고의 드라이버로
명성을 떨칠 것이다

하지만 지금은
나만의 챔피언이다

그런데
그 여자가 나타났다

- 좋은데요
- 네

이봐

엔조, 이쪽은 이브야

안녕, 엔조
반가워

이브의 첫인상은
그 냄새만큼이나 복잡했다

개랑은
별로 안 친해서요

각종 제품과 샴푸향
페로몬이 느껴졌다

개보단
사람에 가깝죠

데니는 이브의 그루밍에
반한 게 틀림없다

아마 목욕도
매일 할 것 같다

늘 사람을
이렇게 응시해요?

마음에 들면요

혹시 셰프이신가요?

아뇨, 영어를 가르쳐요
학생 중에 태국인이 있는데

요리해준 카레가 끝내줬죠
그만 가셔야겠네요

- 얘가 왜 이러지?
- 반가웠어요

이리 와!
저기요, 이브

제 친구들이
밴드를 하는데

오늘 밤에 니모스에서
공연을 하거든요

다른 약속 없으면...

- '두부 외상'?
- 시애틀에서 세 번째로 유명하죠

- '사운드가든 헌정 밴드'
- 걔들 말로는요

- 재밌겠네요
- 그래요?

맞아요!
재밌을 거예요

- 네, 이따가 봐요
- 좋아요

잘 가요

가자

다들 대단하던데요

봤지, 마이크? 우리가 한 소절을
놓쳤다고 어찌나 난리던지

'우리'가 그랬다고?

고등학교 내내
저랬다고 생각해봐요

어떤 곡이
제일 좋았어요?

마지막에서 두 번째요

- 12분짜리 기타 솔로요?
- 네, 최고였죠!

데니, 이분이랑
꼭 결혼해

- 더 마실 거예요?
- 아뇨, 물 줄래요?

- 네, 마이크는?
- 좋아

- 이제 막 만났다고요?
- 네

- 그래서요?
- 토니

좋은 사람 같아요

경주하는 걸 보면
사랑에 빠질걸요

그만해!

왜? 난 그냥...

경주는
언제 볼 수 있죠?

데니가 여우짓에
속으면 모를까

이브는 레이싱을 잘 몰랐지만
데니는 개의치 않았다

이브가 조만간 백미러로
사라질 줄 알았지만

봄이 될 때까지도
데니의 곁을 지켰다

이브에게 쏟아지는
데니의 관심이 부러웠다

그녀의 엄지손가락과
통통한 엉덩이도

평범한 차 말이에요

데니도
영어 수업은 모를걸요?

제 말이 그거예요

이브의 텔레비전 취향은
참으로 형편없었다

그만하세요

데니는 항상
이브를 기쁘게 해줬다

이브는 그 보상으로
쓰다듬고 코를 비벼댔다

- 수업은 어땠어?
- 괜찮았어

환하고 매력적인
이브의 미소가 부러웠냐고?

그랬을지도 모른다

나랑 다르게
그녀는 사람이었다

아침 만들어줄게

- 진짜로?
- 그래

고마워

안녕, 엔조

나도 데니를
사랑해도 되지?

나한테
발언권이 있다면야

두 사람은 해변이 딸린
저택에서 결혼식을 올렸다

그런 곳은 텔레비전에서만
존재하는 줄 알았다

난 최대한
협조하려고 했다

정중히 행동하고
음식의 유혹을 뿌리쳤으며

식장에서 제일 먼 화단에
볼일을 봤다

식장은 이브의 부모님인
트리시와 맥스웰이 소유했는데

처음엔 둘이
쌍둥이인 줄 알았다

반지를 앞으로
가져다주시겠어요?

때가 되자, 난 데니를 위해
시키는 대로 했다

- 착하지
- 엔조, 이리 와

잘했어

이 반지로
결혼을 서약합니다

이브?

이 반지로
결혼을 서약합니다

그렇게
우린 가족이 됐다

다 똑같은
마음은 아니었지만

결혼식인데
신랑이 면도도 안 하다니

- 맥스웰
- 왜?

- 딱 보니까 그렇잖아
- 그만해

당신한텐
어떤 사위도 성에 안 찰걸

그 친구를 좋아하지만
내 딸을 더 사랑하지

게다가
카레이서라며

아빠로서
걱정도 못 해?

이브가 괜찮다잖아

사람들은 내 앞에서
무슨 말이든 한다

난 멍청한 개니까

지난주에
앤디 누버거랑 통화했는데

데니 정도의
경력을 가진 드라이버가

성공하려면

지금쯤
뭔가 해냈어야 한대

이브 말로는
최근에 성적이 좋다던데

여기 계실 줄 알았어요
케이크 잘라야죠

아빠가 술 제조하느라

결혼식 후엔
새집으로 이사했다

상반된 감정이 느껴졌다

배회할 방이 생겨서
좋았지만

옛날 아파트엔
데니랑 나뿐이었다

난 내 감정을
전하려고 했다

- 뭐야?
- 엔조가 흥분했나 봐

하지만 내 몸짓은
잘못 해석되곤 했다

게다가 이브에겐
새로운 신비한 기운이 돌았고

왠지 모르게
더는 적대감이 들지 않았다

"임신"

왓킨스 글렌인데
거기선 성적이 좋아

- 뉴욕에 있지?
- 맞아

며칠 휴가 내서
일찍 도착하면 돼

나 임신했어

뭐라고?

놀랐어?

아니, 그럴 리가!
자기는 놀랐어?

조금

너도 알았어?

난 돈의 개념을
이해하지 못했다

왜 그게 사람한테
필요한지 몰랐다

데니는 그 어느 때보다
돈에 사로잡혔다

더 열심히 훈련했고

수업 시간을 늘렸으며
모든 경주에 출전했다

보고 싶을 거야

덕분에 난 이브랑 지내는
시간이 많아졌다

들어가자, 엔조

솔직히 난 데니만큼
이브를 좋아하진 않았다

엔조, 고마워

하지만 우리 둘만의
리듬이 생겼다

착하지

한숨을 내쉬며
쉬는 자세를 할 땐

이브를 보며
엄마를 떠올리기도 했다

몸속에 생명을
품을 수 있다는 건 멋지다

내 몸속엔
조충밖에 없는데

한번 느껴볼래?

착하지

방금 느꼈어?
아기가 차는 거 느껴졌어?

귀여워라, 이리 와

괜찮으니까
이리 오렴

괜찮아

아기가 자라는
이브의 마법 주머니에서

무슨 일이 벌어지는진
알 수 없었다

단지 아기가
날 닮길 바랐다

엔조, 천천히 해
하나뿐인 선물이잖아

- 아늑하네
- 마음에 들어

지난번에
내가 준 것 같은데...

마음에 들어?

파이크 플레이스에서 샀어
완전 수제품이야

- 그게...
- 분홍색 좋아하잖아

맞아

괜찮아?

그래, 어떤지 보려고

산파 얘기 좀
다시 할까?

- 자기야, 얘기 끝났잖아
- 알아

우린 둘 다
병원에서 태어났잖아

그건 알지만
난 집에서 낳고 싶어

타냐는 집에서
쌍둥이도 낳았는걸

산파 둘을 고용했는데
실력이 좋대

알았어

엄마, 메리 크리스...

알았어요

펜스키 어쩌고 하는데?

크리스마스에?

여보세요

네, 안녕하세요

이 모자는 뭘까?

개는 색깔을
못 본다고들 말한다

데니도
그런가 보다

네, 회신 기다릴게요

끊어요

- 뭔데?
- 펜스키팀의 저드 머피야

데이토나 24시간 경주에서 뛸
드라이버가 필요하대

잘된 거지?

잘됐냐고? 최고지!
데이토나잖아

늘 꿈꿨던 기회야
모든 게 달라질 수 있지

어떡해
데니, 잘됐다!

1월 마지막 주말이야

- 예정일은 2월 15일이잖아
- 시간이 촉박해

나랑 같이 갈래?

비행기 안 타도 돼

데니, 플로리다까지
차 타고 갈 순 없어

이 기회를 잡아야지

논쟁할 것도 없어
좋은 기회잖아

이번에 잘 끝내면
수많은 기회가 생길 거야

출산일은 걱정 안 돼?

내가 언제
뭐든 일찍 한 적 있어?

난 사람이 그런 소리를
낼 수 있는지 몰랐다

데니는 데이토나에서 달리느라
출산일에 오지 못했다

'데니 스위프트의 22번 차가
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'

- '팀이 10위인 걸 감안하면요'
- 잘하고 있어요, 이브

'경주는 17시간째로 접어들었고
비가 퍼붓고 있습니다'

- 데니랑 통화하게 해줘요
- 계속 힘주세요

'스위프트의 22번 차가
17번 차에 접근합니다'

한 번 더요

'놀랍네요! 데니 스위프트가
선두를 차지했습니다'

안녕, 우리 딸

따뜻하네

자리 비켜줄게요

- 고마워요
- 천만에요

어서 나가!

아뇨, 괜찮아요

엔조

그런 냄새는 처음이었다

이리 와, 착하지

그렇게 아름다운 생명체는
본 적이 없었다

조이

얘는 엔조야

네 가족이지

엔조가
널 지켜줄 거야

- 이브는 좀 어때요?
- 어서 와, 아주 건강해

아빠를
계속 기다렸어

여기 있어야 했는데

- 겨우 하루 지났어
- 그래도...

지금 왔잖아

우리가 만난 이유지

이 완벽한 아이를
세상에 내보내려고

그래도
이해가 안 돼

그냥 우리가 진 거야

마지막에
한 바퀴 앞서고 있었고

머피한테
내가 끝내겠다고 했지만

최근에
언론의 주목을 받은

캘리포니아 출신을 투입하라고
후원자들이 압박했어

걘 10분 후에 벽에 부딪혔고
차가 완전히 망가졌지

자기는 잘했잖아

팀이 끝내지 못하면
아무 의미가 없어

괜찮아

진짜야
다른 경주가 있을 거야

- 알았어
- 그래

조이 좀 봐

애는 어딨어?
너무 오랜만이잖아

거의 왕래가 없던 쌍둥이는
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

요란한 선물로
집을 채웠다

데니는 괜찮은 척했지만
그 얼룩말은 아주 거슬렸다

이 예쁜 눈 좀 봐
안녕, 아가

- 아빠, 기저귀 갈아야 해요
- 내가 할게

할머니한테 오렴

데니!

- 잘하고 있네
- 고마워

자네 경주 봤네

그 사고 난 친구는
좀 어떤가?

전에도 말씀드렸잖아요

이젠 딸이 있잖아

심하게 다치거나

죽기라도 한다면...

- 안 그래요
- 장담 못 하지

할 수 있어요

무슨 일이 있어도
이브와 조이를 부양할 거고

맹세하건대
안전을 우선시할 거예요

경주할 때마다
진다고 해도요

잘 있어, 사랑한다

조이처럼 작은 생명체가
행사하는 힘은 실로 놀라웠다

그 힘은 나한테도
영향을 줬다

지구가 궤도상의 달에
영향을 주는 것처럼

난 조이의 오락을 위해
필요한 존재였다

테니스공을 잡기 위해
이리저리 뛰어다녔으며

계속 공을 잡으려고
네 발 달린 광대처럼 춤췄다

뛰어!

준비됐어?
그럼 시작하자

난 세월도 잊을 만큼
조이의 세상에 빠져들었다

제자리에서 준비하고

출발!

조이가 친구들한테
날 오빠로 소개할 때면

뿌듯한 기분이 들었다

받아!

'고린내 속바지' 선수가
지금 들어옵니다

무서운 속도로
달립니다!

착하지

간식 먹으려면
누구나 차례를 지켜야 해요

얼룩말도요
그렇죠, 선생님?

- 아빠!
- 우리 딸!

장기자랑 못 가서 미안해
엄마한테 얘기 들었어

이겼어요?

아니, 이번엔 아냐

기분 풀렸어요?

얼마나 좋은지
넌 모를걸

이브랑 조이를
보살펴줘서 고마워

뭐 하고 있니?

2학년 수업 중이에요

늘 트랙 아니면
비행기에 있는 것 같아

나도 그런 기분이 들어

점점 수월해질 거야

괜찮아?

머리가 아프네
채점하느라 잠을 못 잤어

빨리 성공해야 해

목표는
항상 F1인데

제자리걸음 같아

자기야

첫 코너에서
우승이 결정되진 않아

그래

여전히
레이싱을 사랑하지?

당연하지

열정만으론 안 되나 봐

모르겠어

에이펙스가 다음 주말에
라구나 세카에서 뛰랬는데

생각해본다고 했어

잠깐 지친 거야

그래

난 데니의 말을 생각하느라
잠을 이루지 못했다

레이싱을 그만둔다고?

내가 개로 태어났듯이
데니는 타고난 레이서였다

천성이자 운명이었다

'몽골 설화에 따르면
개는 영적 세계를 볼 수 있고...'

조이, 저녁 먹자

- 아빠 기다릴래요
- 오늘 수업 있잖아

5분만요

알았어
엔조, 밥 먹자

좋았어

데니를 걱정하는 마음은
냄새로 인해 무색해졌다

이브의 귀와 부비강에서
부패한 냄새가 났다

썩은 나무처럼

말할 수 있다면
경고했을 것이다

너까지
속 썩이지 마

하지만 난 그저 바라보며
공허함을 느낄 뿐이었다

난 이브를
도울 수 없었으니까

얼룩말의 조용한 눈빛이
내 처지를 비웃는 것 같았다

이브는 나한테
조이를 지켜달라고 했다

하지만 그 누구도
이브를 지키라곤 하지 않았다

엔조, 쉿
조이 깨우겠다

가자

언제부터
내 영상을 봤어?

어떻게 하길래 회전할 때
다른 차보다 빠른 거야?

글쎄

드라이버는 비를 두려워해
예측 불가능한 요소니까

비에 반응해야 해

속도에 반응하면

이미 늦거든
그래서 두려워하지

난 보기만 해도
두려운걸

차로 의도된 행동을 할 땐
예측하지 않아도 돼

결과를
통제하는 거야

- 차보다 먼저 미끄러져서?
- 그래

맞아

레이싱 차를 타면
내 운명은 내가 결정해

'자신이 증명하는 건
바로 앞에 있다'

자신만의 상황을 만들어내면
비는 그저 비일 뿐이야

내일 아침에
에이펙스에 전화해서

라구나 세카에서
보자고 해

절대로 포기하지 마

우리뿐 아니라
누굴 위해서도

약속해줘

그럴게

난 그제야 왜 데니가
이브를 사랑하는지 깨달았다

내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
그녀를 사랑하길 두려워했는지도

이브는 나한테
예측 불가능한 요소였다

내겐 비와 같았다

'캘리포니아 살리나스의
라구나 세카 경기장입니다'

'43대의 GT 차량과
대단한 선수들이 출전합니다'

엄마?

짐 챙겨

아빠가 돌아올 때까지
할머니 댁에서 지낼 거야

어디 아파요?

좀 피곤해서 그래

얼른

가자

순식간에
벌어진 일이었다

5분 후에
그들은 떠났다

하지만 난 여전히
그 집에 있었다

데니는 드라이버의 최대 적이
공포라고 말했다

그래서 난 당황하지 않았고
유난 떨거나 얼어붙지도 않았다

적어도 이틀간
데니가 못 오는 걸 알면서도

하지만 난 개다

신은 개한테
엄지손가락을 주진 않았지만

음식 없이도 일정 기간을
버틸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

물론 엄지손가락으로

문고리를 열었다면
더 수월했겠지만

내 두 번째 장점은
음식 없이 버티는 능력이다

고립된 시간이 길어질수록
점점 더 불안해졌다

데니가 영영
돌아오지 않는다면?

마실 물이
제한된 상태에서

얼마나 버텨야 할지
알 수 없었다

난 조이가 흘린
시리얼로 연명했고

시련이 끝나길 기다리며
매트에 볼일을 봐야 하는

수모를 겪었다

고립된 지 40시간이 되자
환영이 보이기 시작했다

흘린 요구르트를 발견했을 때
어떤 소리를 들었다

얼룩말이었다

난 광란의 춤을 추는 그놈을
가만히 지켜봤다

내가 얼마나 버틸지
알지 못한 채

난 도망치면서
내가 목격한 장면이

포도당 부족으로 인한
악마의 환영이길 바랐다

한편으론 사실이기도 했다
뭔가 끔찍한 일이 생긴 것이다

아무도 없어?

엔조

뭐 하고 있어?
이리 와

엔조, 어서!

이리 와봐

어떻게 된 거야?

다들 어딨어?

이브?

이브랑 조이
거기 있어요?

좀 바꿔주실래요?

그래, 집이야
엔조는 여기 있는데

이브, 잠깐만...

계속 혼자서
내버려 뒀단 말이야?

데려간 줄 알았지!

됐으니까 끊어
엔조 밥 줘야 해

꼭 저 매트에
실례해야 했지?

어서 먹어

여기 있어

- 아빠, 보고 싶었어요!
- 나도

- 제 인형한테 인사해도 돼요?
- 그래, 올라가

왜 그랬는지
이해하는 중이야

아파서
생각 못 했어

의사가
바이러스 감염 같대

안녕, 나 왔어

엔조, 정말 미안해
진심이야

조이?

동물들이 큰일 났어요!

엉망이 됐네
걔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

조이, 그만 울어
내가 데려올게

이리 오지 못해?

빨리 와!
이 못된 녀석아!

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
똑똑히 봐!

보여? 왜 그랬어?

못된 개 같으니!

- 멍청한 놈!
- 데니, 그만해!

뭐 하는 거야?

난 한 가지
생각뿐이었다

내가 떠나고 얼룩말이 되살아나서
나머지를 공격한 것이다

기회가 있을 때
저 악마를 없애버려야 했는데

놈이 날 죽인다 해도
물어뜯어야 했다

정말 미안해, 엔조

다시는 안 그럴게

넌 강한 녀석이지

가자

어서

우승했어

1등 했다고?

전체 1등이야

게다가 에이펙스에서
영구직도 얻었지

어쩜 좋아, 데니!
웬일이야!

소노마에서 당장
팀이랑 훈련 시작하래

자기가 자랑스러워

여름 동안 다 같이
여행 갈까 하는데

경주 보러 갈까?

레이싱을 할 때
차는 시선을 따라간다

벽을 쳐다보는 드라이버는
결국 벽에 부딪힌다

미끄러지는 타이어를 느끼며
트랙을 바라보는 드라이버는

그 차와 자신의 운명을
통제할 수 있다

데니는 그렇게 했다

가족의 간절함을 알았기에
우승을 거머쥔 것이다

열쇠 챙겨

알았어
저녁에 전화할게

잘 있어, 엔조
조이, 그거 줘야지

어디 보자

고마워

- 잘 다녀와
- 갈게

다녀오세요, 아빠!

- 네, 엄마
- '몸은 좀 어떠니?'

괜찮아요, 좋아졌어요

조이가 학교 간 동안
엔조랑 산책하고 있어요

운동해야죠
건강이 안 좋아졌어요

'넌 몸이 약하잖니'

'데니는 또 떠났어?'

엄마, 그 얘긴 그만해요
아빠한테 지겹게 들었어요

- '그냥 묻는 거야'
- 알아요

끊을게요
나중에 통화해요, 사랑해요

- '나도'
- 끊어요

괜찮아

걱정 마

정말 미치도록
말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

전화번호가 있어

때로는
내 존재가 싫다

엔조, 나와

이리 와

이브는 괜찮을 거야

- 고마워, 마이크
- 걱정 마

의료진이 말하는데
조직 검사도 안 해보고

악성이든 아니든
일단 수술하자네

에이펙스에
대신 연락해줄까?

아니, 벌써 했어

시즌 못 뛴다고 했어
더 오래 걸릴 수도 있고

여기 있어야지

엔조, 오늘은
우리 집으로 가자, 어때?

말 잘 들어야 해

며칠 후에 보자

데니랑 있을 수 있다면
뭐든 했을 텐데

하지만 개는
병원 출입이 안 된다

진단을 듣거나
대안을 상의할 수도 없다

난 거의
10살이나 됐지만

나한테 비밀을 털어놓는
사람은 없었다

함부로 짖지 않고
실외 배변만 잘하길 바랐다

어디에선가
얼룩말이 춤추고 있었다

난 탈출을 꿈꿨다

몽골의 사막 고원지대에서
내 조상들과 살기 위해

전부 뿌리치고
도망치고 싶었다

데니가 또 해결할 거란
믿음이 없었다면

그랬을지도 모른다

수술 잘 끝났어

이제 기다리면서
상황을 두고 보면 돼

안녕, 친구

변속 기어가 망가지고
클러치는 고장 난다

과열되면
브레이크가 풀린다

형편없는 드라이버는
충돌한다

평범한 드라이버는
그만둔다

하지만 훌륭한 드라이버는
위기를 이겨낸다

잘 들어

아빠는
내일 수업 있어

방과 후에 캐럴라인네 있으면
6시에 데리러 갈게

알았어요

그래

아빠?

그래

엄마는 언제 와요?

나도 몰라

곧 올 거야.

훌륭한 드라이버는
계속 달릴 방법을 찾는다

안녕히 주무세요

- 사랑해
- 저도요

왜 그래?
구운 치즈 샌드위치 좋아하잖아

점심때면 식을걸요

아빠 좀 봐주라
노력하고 있잖아

아내분도 일하세요?

뇌가 아파서
병원에 계세요

학교 끝나면
바로 데리러 갈게

화요일이라 늦게 끝나요

그럼 몇 시에 끝나?

엄마가 아니까
직접 물어보세요

- 잘 다녀와
- 네

엄마

몇 주가 지났지만
이브는 퇴원하지 않았다

괜찮을 거예요

문제없을 거예요

이제 앉으세요

데니를 아끼는 이들이
특별히 편의를 봐주었다

마이크는 정비소에
일자리를 소개해줬고

데니가 부탁할 때마다
날 맡아줬다

데니가 익혀야 할
다른 기술도 있었다

- 아파요!
- 알았어

미안해

조이는 며칠간 그린레이크 옆의
어린이 캠프에 다녀왔다

어서 오렴